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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 결탁한 포퓰리즘 악덕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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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1872년, 미국이 아직 2류 열강이었을 적에

미주리 주 캔자스에서 톰 팬더가스트라는 사람이 태어났다.

 

 

 

 

(팬더가스트의 사무실, 왼쪽 2층)

 

팬더가스트는 하급 관료였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정파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역학을 배웠다.

 

아버지가 은퇴한 후 민주당에 입당해 캔자스 시의원으로 일하던 팬더가스트는 미국에 불어닥치던 노동운동의 열기에 주목한다.

 

1916년, 팬더가스트는 시의원에서 물러나 캔자스 시에 풀뿌리 어용 조직들을 만드는 데 힘썼다.

 

팬더가스트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지역 민주당원, 상공업자, 원예업계 종사자, 공장 노동자, 밀수업자, 심지어 마피아까지 두루 포섭하는 데 성공한다.

 

 

 

 

팬더가스트는 단 한번만 시장으로 재임하고 1925년 잭슨 카운티 민주당 대표로 물러났지만, 이미 캔자스와 잭슨 지역구 전체가 그의 손안에 있었다.

 

어떤 관료도 팬더가스트의 허가 없이 임명될 수 없었다. 캔자스의 민주당은 팬더가스트의 사당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후임 시장도, 시의회 의장도 팬더가스트의 밀실에서 결정되었다.

 

훗날 대통령이 되는 신출내기 캔자스 출신 정치인 트루먼도 관직을 얻기 위해 그를 찾아가야 했다. 팬더가스트는 트루먼을 한 번 만나본 후에, 바로 치안판사 자리를 꽃아주었다.

 

팬더가스트의 힘은 날이 갈수록 강해져 1932년에는 미주리 주 주지사 후보 경선에 개입할 정도가 되었다.

 

 

 

 

캔자스의 음지도 팬더가스트의 것이었다. 캔자스 마피아의 대부 찰스 카롤로는 팬더가스트의 충실한 수족이 되어 더러운 일을 도맡아 했다.

 

금주법은 캔자스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카지노와 술집이 성행했다.

 

팬더가스트의 반대파들은 모였다 하면 갑자기 몰려온 의문의 '청년 단체'들에게 구타당하고 출근길에 '괴한'들에게 총을 맞아 죽어나갔다.

 

부정선거와 뇌물수수가 횡행했다. 팬더가스트가 조종하는 후보는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찬성표를 받고 당선되었다. 팬더가스트에게 밉보인 기업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일감이 뚝 끊겨 파산하기 일쑤였다.

 

팬더가스트는 시멘트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문에 이 시기 캔자스에서는 팬더가스트가 반대파를 죽이고 지하실에 공구리친다는 괴담이 널리 유행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팬더가스트를 좋아했다.

 

팬더가스트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영합했다. 팬더가스트는 자신을 '시민들의 친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포장했으며 불경기의 책임을 부자들에게 돌렸다.

 

크리스마스 날이 오면 빈민들을 모아 저녁 식사를 대접했고, 의료비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병원과 학교를 지었다. 

 

또 4천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공공사업에 투입해 일자리를 늘렸다.(물론 팬터가스트에게 충성하는 기업들만이 일감을 수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은 팬더가스트가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돈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었다.

 

 

 

 

캔자스를 먹어 치운 팬더가스트는 코딱지만한 도시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무대로 나가고자 하는 꿈을 꾸며 미주리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튀면 꼬리가 밟히는 법, 재무장관 모겐소(모겐소 플랜의 모겐소 맞다)는 팬더가스트의 행보에 의문을 품었고, 조사에 착수한다. 

 

팬더가스트가 유용한 예산들에 대한 증거가 속속 쌓여갔고, 범죄 조직과 결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 도중 팬더가스트의 금고를 담당하던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맞고 시체로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팬더가스트의 측근들과 그의 뒤를 봐주던 미주리 민주당 정파는 중앙 정계에 찍힌 그를 곧바로 손절했다.

 

1939년, 팬더가스트는 세금 탈루와 리베이트 혐의로 체포되어 15개월 간 감옥에 갇혔고, 전재산을 압류당했다. 모든 것을 잃은 팬더가스트는 대장암에 걸려 고통에 시달리다 1945년에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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